About Coffee Story Travel Books Foods etc. One act Contact
Photo
Money vs. HappinessSprezzaturaluxuriously
Prague Orloj- Changes and Time2011It has been Raining all day..
JanusCherry BlossomsStars Buff
Mini
Together
  TV에서 보니, 어느 마을은 공동체 마을로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함께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제철 식재료로 함께 음식을 만들고 서로 부지런히 도와주며 ,한 자리에 다같이 앉아 특별한 행사를 위한 인사없이도 흥겹게 이야기하며 열심히 즐거운 모습. 공동 부엌을 사용하는 아파트가 일본에도 있다는 말을 들었...

Calendar
2026.4.4
S M T W T F S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  
Visitors
free counters
books

Nine Stories
2011/01/05

beyondcafe

<nine stories> - J.D. Salinger

 

어쩌면, <호밀밭의 파수꾼>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책에 대해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면 먼저 꺼내야 하는 리스트가 몇 개 있고, 그 중에 <호밀밭이 파수꾼>은 단연 <어린 왕자>와 함께 서열에서 늘 1,2위 다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홉가지 이야기 nine stories>를 꺼낸다.

샐린저...그의 이름 옆에 <1919~2010>이라는 숫자가 이미 온전하게 새겨졌다는 사실에 새삼 가슴이 철렁한다. 맞다. 그는 내게 그런 존재이다. 사실, 작가로서의 그를 동경한다고 해서 인간 샐린저를 동경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의 부재가 주는 쓸쓸함과 당혹감은 여전히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어떠한 자리도 내게 오지 않아 너무 막막했던 시절.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만 들고 다녔다. 딱딱한 가방에는 근사한 파우치대신에 빨간 문고판의 이 책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영어 원문이 곁들어진 책이었기에 어느 친구는 '잘난체하려고 갖고 다닌다'며 날 비웃었다. 사실은 어느 번역본보다 그 책이 샐린저의 독특한 문체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는 점이 이유였지만, 그런 이유를 납득시킬 만큼 난 말이 많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강물에 뛰어 들어 물살에 몸을 맡겼지만,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내 스무살의 첫 직장. 그리고 교육이 있던 날. 나는 동료들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소개해야 했다.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었던 나에게 그건 대단한 모험이고 도전이었지만, 샐린저의 그 빨간 문고판만 있다면 '구원'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용기를 냈고, 앞에 나가 처음 봤지만 동료라 불리는 이들에게 그 책을 소개했다. 썩 잘하지는 못했지만, 바보처럼 굴진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그 책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내 마음이었다. 무엇보다도 서운하고 서러웠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이 천재적인 작품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그 수십개의 눈들이 보내는 싸늘한 무관심에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결국 나는 내 스무살의 그 강박적인 두려움과 허탈감 그리고 상대적인 박탈감에 대해 알아달라고 소리쳤던 거였는데..그런 모든 것들을 위로했던 유일한 그 책이 ...가엾은 내 처지처럼 쉽게 여겨지는 것이 진정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의 나는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호수처럼 여리게..투명했을까.

'호밀밭의 파수꾼'...무라카미 하루키의 감성과 감흥이 갈대밭 사이에 나를 홀로 둔다면, 샐린저는 나를 그 안의 벤치에 앉아 사색하게 만든다. 그리고 울게 만들고 다시 웃게 한다. 그는 그런 작가이다.

나는 의식적으로라도 그의 다른 작품은 읽지 않았다. 그가 다른 작품을 쓰지 않았다고 우겼다. 그게 벌써 십년이다. 그런데...이번에 <아홉가지 이야기>를 읽어 버렸다. 결국 그의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 단단한 아집과 짝사랑이 깨져서 온전하게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정말 다시 벤치에 앉아 사색하고 울고 웃었다. 오랜만에 그런 시간을 나는 가질 수 있었다. 샐린저의 힘은 바로 그런 것이리라. 그의 아홉가지 이야기에는 일상이 주는 잔잔함이 있다. 그리고 그 일상의 균열에서 삐져나오는 벌레같은..혹은 거지같이 더러운..감정의 혼선을 보여준다. 위태위태한 입가의 밥알이 누군가에게 들켜버려 얼굴이 빨개질만큼 어리숙하면서도..흔하디 흔한 그런 혼선.

아무리 카메라 앵글을 잘 잡고, 포커스를 잘 맞춘다고 해도..손의 떨림까지는 다 막지 못해서 벌어지는 그런 결과물..과도 같은 인생. 이걸 뭐라 칭해야 할까.

내가 다시 샐린저의 책을 집어 들은 이유는 바로 그런 것이다. 포장하고 있는 삶. 현기증나는 질서정연함. 아니면 너무 과대망상으로 부풀어진 변명앞에서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는 내 위치가 민망해져서..스무살은 아주 아주 오래전의 일인데도..여전히 우물쭈물하며 큰 용기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게 아니면 뭘까?

진정한 '위로'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말이다. 우습지만 날 이해하면서 날 다그치는 것은 아닐까 한다. 혹은 날 이해시키면서..맥없이 웃게 만드는 것. 그 웃음이 공기방울처럼 '톡톡' 터져도..감히 마음 어딘가에 박혀서 나중에 커피를 마시거나, 길을 걷거나..세수를 할 때도 문득 다시 '툭툭' 터져나와 나를 더이상 건조하지 않게 하는 것. 그런 위로. 샐린저의 위로는 그렇게 개구쟁이같다.

십년 뒤. 나는 샐린저의 다른 작품을 읽을 수 있을만큼의 '나'를  진정 만날 수 있을까.

"우린 그 버스를 타기 위해 뛰기 시작했는데 내가 넘어져서 발목을 삐었어. 그러자 그 사람이 그랬어. '아이구, 불쌍한 비칠비칠 아저씨.' 내 발목을 두고 하는 말이었어. 불쌍한 비칠비칠 아저씨. 그는 내 발목을 그렇게 불렀어. 세상에, 정말 멋있는 사람이었어"

<-코네티것의 비칠비칠 아저씨 -중에서>

 

만약..가능하다면 나도 오늘 '바나나피시'를 찾으려 바닷가로 물안경을 쓰고 달려가고 싶다.

내 발목을 '비칠비칠 아저씨'라 칭하는 사람을 만나고..먹다 남은 샌드위치를 코트 속에 감추고 버리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십대의 어느날로 돌아가고 싶다. 그건 전쟁이다.

그리고 호밀밭에 서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절벽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않도록...지켜주고 싶다.

아니다..

이미 나는 그 한가운데에 있다.

매일 매일..

샐린저. 당신은 지금 어디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