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와중에 마시는 커피는 어떤 맛인지 굳이 기대할 필요가 없다. 약간 뒷맛이 씁쓸하다.
지금 이쯤에서, 나는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생각들에 골똘한다.
는개가 내리고 있다. 아니면 먼지잼일지도 모른다. '는개'와 '먼지잼'은 순우리말로 가벼운 비의 일종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후자의 어감에 더 혹한다.
커피의 카페인이 내 혈관을 조금씩 압박하고 있어서, 점심을 먹은 이후의 빠른 뇌의 활동을 돕고 있다. 이게 각성의 효과라면 어제 내가 밤 1시를 넘겨서 잤다 하더라도 오늘은 낮잠을 잘 일이 없다는 점을 암시한다. 꾸준히 커피의 이로움과 해로움을 연구하는 그룹들이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병의 위험을 낮게 하는 효과를 발표하면서부터 어쩌면 나는 내 노후의 불안감을, 하루 석잔의 커피에 의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부터 말이다. 해로움은 전혀 관심없다. 솔직히.
거품내린 우유는 요즘 나를 불편하게 한다. 언제나 우리를 농락하는 '불편한 진실'류의 시리즈 덕택이다. 내가 알기로 분명한 것은 내가 '락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없다는 점이다. 내 약알카리성 몸의 구석 구석은 제대로 흡수하질 못하는 칼슘앞에서 속수 무책이며, 내 장은 시시때때로 말썽이다. 이런 날 내리는 비는 어떤 도움도 되질 못한다.
산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지금 저렇게 내리는 비는 분명 공기 중의 화학물질과 어떻게든 조우하여 산성비로 변해 어느 누구의 대리석 외벽을 넉다운 시키고 있을 것이다. 물러빠진 환경법에 버금가게 아무 생각없는 우리들의 머리 위에도 말이다. 도로 위의 가로수들을 목욕시키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정도로 가나다란 잎파리들을 어떻게 좀먹고 있는지 누가 알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비는 계속 오고 있고, 하늘은 흐릿해서.. 갑자기 붉게 물든 달빛이 그리워졌다는 얘기이다.
이 한 잔의 커피가 불러일으킨 단상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