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좋아하는 열 가지쯤의 이유 중에, 맑은 하늘과 장미와 마른 낙엽의 흩어짐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 깨닫는다. 그 나머지는 굳이 꼽지 않아도 될만큼 강력하게.
그냥 드러누워 '에잇 모르겠다.' 하면서 하늘을 보았다.
구름없이, 말간 그 모습이 너무 천연덕스러워서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내 시야 양쪽으로 찰랑거리는 나무잎의 움직임이 어찌나 무심한지 내 마음이 다 시릴 정도였다.
'뭘 또 그렇게까지..'라고 바람이 말하는 것 같아서 나는 잠깐 웃었다. 낄낄거렸다. 제법.
가을은 왜 이렇게 의미가 많을까.
장미는 매번 아름답고 향기로워 지칠줄 모르는 열정처럼 어느 순간 마음이 찔리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또 언제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쌓이는 낙엽들은
너무 흔해빠진 사랑노래같아 미안할 지경이다.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니까.
10월의 마지막 밤을 혼자 보내기 싫다던 친구의 푸념이 자꾸 맴돌아서는 안되니까.
가을의 흔적들은 다 접어둔 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책을 부려서도 안되니까.
혹은 그래도 되는 거니까.
어려우면 한없이 어려운 조그만 마음 덩어리를
나는 이 계절에 잠시 쉬게 하고 싶다.
하늘도 멍하니 올려다 보고, 거리도 이유없이 헤매고,
부질없이 장미꽃을 꺽어 유리병에도 담아보고, 또 그게 몸서리칠만큼 유치하고 죄스러워
토라진 아이처럼 어느 골목에다가 팽개치기도 하고 ..뭐 그러고 그러면서 말이다.
역시,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그걸 또 이제야 깨닫는다. 그러면서 잠시 놀라고, 조금 의아해하고, 아주 많이 안도한다.
그럴수록 나는 내가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수록 나는 내가 아니게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을, 뭐가 이렇게 의미심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