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계획을 이번에는 아주 현실성 있게 세웠다.
# 2박 3일간의 호캉스
마지막 날 미술관 관람
아무것이든 예쁜 걸 날 위해 선물로 사기 (예쁜 쓰레기..일명)
가보고 싶었던 카페나 빵집 가기
비가 근데 너무 많이 내렸다.
올해의 여름은 이런 날씨의 연속인지 두려울 정도로..
어느 날은 해가 반짝했는데, 그게 너무 이상해서 다시 비가 내리길 바랄 정도로
정말 딱 비에 길들여질 정도로 말이다.
열흘이 다 되어가는 장마..
호텔 안에서 바라본 세상은 조금 시원해 보였다.
강한 빗줄기에 어쩔 줄 모르고 우산만 부여잡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조금 생경하게 느껴졌다. 불과 며칠 전의 내 모습인데..
아주 이기적인 제3자가 되어 그렇게 침대에서 커피를 마시며 덤덤하게
밖을 내다보고..
마지막 날
미리 예약한 미술관에 갔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시간제한 등 제약이 있고,
갈까 말까 고민하다..결국 갔지만 시간은 1 시간밖에 안 남은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시 관람.
통유리 밖으로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나는 잠깐 생각을 했다.
이 캔버스에 이렇게 질서정연한 선을 그리며,,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의도한 생각과 느낌대로 표현을 한다는 게
예술일까.
이 거대한 혹은 작은 네모의 틀 안에서
이렇게나 많은 감정과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도 선명한
색감. 구도.
매번 텍스트에 매달리고
그 맥락에 지지부진 혹은 가혹하게 내 온갖 에너지를 쏟는
노동의 한가운데에..
이미지는 내게 진정 휴식일까.
자잘하고 거칠고 이어지지 않는 온갖 상념에서
관람을 끝내고 가고 싶었던 카페에서 커피와 레몬 케이크 한 조각을 점심으로
때웠다. 미술관 내 갤러리에서 근사한 손수건도 한 장 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안방과 거실에 어수선하게 널브러진 책들을 정리하고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방을 깨끗하게 닦았다.
음식 쓰레기도 버린 것 같다.
조금..
소설의 한 대목 같은 흐름의 휴가
3박 4일의 휴가가 그렇게 끝이 나고..
나는 다시 일상인데...
이게 일상인지 아닌지 자꾸 헷갈리는 오늘..
지금도..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