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적한 어느 오후,
하루 종일 계곡 물 소리가 바람소리처럼
들리는 그곳에 아이가 잠깐 산책을 나왔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 마당에서 노는 강아지의 목줄이 풀어지면 1분도 안 되어 녀석이 뛰어
다다를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아이는 조금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터벅터벅 계곡으로 걸어 내려온다.
늘 앉아있는 밤나무 옆 제일 큰 바위 위에 앉아 오늘도 계곡 아래와 위를 연달아 바라본다.
‘저 위에서 내려온 물은 얼마나 많은 돌들과 인사하며 내려왔을까?’
‘조그맣게 얼굴을 내밀며 수줍게 인사한 물고기는 몇 마리나 되었을까?’
아이는 이번에는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본다.
‘이 물은 어디로 흘러 내려갈까? 또 누구를 만나서 이 하루를
보낼까?’
‘한번 흘러가면 다시 보고 싶어도 이젠 또 만나지 못하겠지....’
아이는 고개를 돌려 조용히 흐르는 계곡 웅덩이를 하염없이 쳐다본다.
“안녕!”
“오늘도 반가워! 정말!”
“오늘도 아름답고 투명하네.”
“나는 오늘 이만큼 자랐어. 어젯밤에는 재밌는 꿈을 꾼 것
같아. 어제 내가 만난 물고기는 눈이 정말 컸는데 혹시 너도 만났니?
오늘 물속은 얼마나 따뜻해?”
아이는 그렇게 계속 말을 걸었다.
벌 한 마리가 낮게 웅웅 소리 내며 바위 근처로 날다가 이내 멀어진다.
오후의 햇빛은 물 웅덩이에 그림을 그리듯 바쁘게 움직이고, 하늘은
높고 파랗게 흐른다.
아이는 눈을 감는다. 숨을 들이키고 내뱉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조금 후 눈을 떠서 다시 짧게 인사를 한다.
“이제 가볼게. 또 올게. 내일
보자!”
아이는 바위에서 내려와 잠깐 바지를 털고 집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