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언제나 감자가 완전식품이다. 탄수화물 가득한 그 한알로 뭐든지 한끼 식사를 뚝딱 만들수 있고, 별 힘들이지 않고도 근사한 간식거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리방법도 다양하고..특별히 양념할 필요도 없으니...정말 couldn't be better 이다.
전자렌지라는 도구와 감자가 만나서 감자칩이 탄생하고..
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푹신한 소파와 TV리모콘이다. 바스락거리는 감자칩을 먹으며 책을 넘기는 것보다는 리모콘을 친구삼아 TV를 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오늘도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저 작은 박스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 많은 채널중에 어떨때는 볼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건 외출할 때 입을 옷이 하나도 없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흔히 바보상자라 불리는 'Cube'를 바라보며 어쩜 저 텔레비젼도 이 세상에서는 완전식품처럼 여겨지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못하는 것도 없고, 못할 이유도 없다. 케이블에서는 상상못할 어처구니 없는 내용들이 튕겨나온다. 하루종일 영화를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도 가능하다. 뉴스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오전에 나왔던 그 장면 그대로 밤까지 내 눈은 함락되고 만다. 현실을 재연하는 것도 모자라, 저 안에서 현실이 이루어진다. 눈과 귀가 열려있는 한 인터넷과는 다르게 모든 것이 흡수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TV때문에 창의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모든 것이 알아서 척척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는 아무런 의식의 흐름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만 있다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느 단면만 놓고 봤을 때이다. 알아서 척척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렇게 쉽게 물러터진 시청자도 아니다. 리모콘은 점점 진화하고 있고, 컴퓨터도 훌륭해진다. 채널 선택권은 절반은 이미 우리에게 넘어와있다. 싫으면 안보면 된다.
그렇다고, 신문은 안전한가? 책은 언제나 교육적인가? 인터넷은 그렇게 자유로운가?
아니다..
결국 TV라는 것도 전체 미디어 중의 일부분이고, 감자를 삶는 전자렌지처럼 도구에 불과하다.
중요한것은, 무엇을 보느냐..무엇을 듣느냐..그리고 무엇을 말하는냐..이다.
인간 스스로도 자체 검열 능력이 충분하다. 그런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개개인의 차이일 뿐이다. 수많은 정보와 감정들 그리고 이야기들안에서 선택하는 자유는 결국 스스로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TV는 바보상자가 아니다. TV를 바보상자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제대로 된 텍스트와 유익한 즐거움과 적절한 비평을 얻어내는 것은 결국 우리들 몫이라는 얘기다. 그것은 어느 것에라도 모두 해당된다. 수많은 음식들..정신없이 쏟아지는 정보들, 여기에 맞물려 어지럽게 돌아가는 주위의 사람들 ... 선택은 내가..우리가 한다.
완전식품을 만드는 이는 결국, 우리의 역할이다.
내가 오늘 감자를 선택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