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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동안 일이 너무 많다. 매일 입버릇처럼 지친다..를 반복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속에서 나는 계속 웃고 있다.>   그러다가,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는 시점이 되었다. 여느 때처럼 나는 일이 너무 많고, 몸은 따라주질 못해서 후두염이나, 비염, 디스크 증상에 병원의 보살핌을 자유롭게 받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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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10/07/28

 

beyondcafe

 

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갓 구워낸 슬픔

 

  다시 또 그 배경과 장 킴이 내 시야를 완전하게 채운다. 카페의 모든 조명을 다 켰다. 밝아진 실내의 변화에도 장은 꿈쩍도 안한다. 집채 같은 바위가 우두커니 앉아서 자신을 스치고 간 바다의 향기를 씻어내려는 듯 힘겹고 버거워 보인다. 과연 뭘까. 바다의 향기는 무엇이고, 그걸 이제야 씻어내는 바위의 마음이란 도대체. 나는 잠시 후에 부엌의 자동문을 두드렸다. 똑똑. 내 쪽을 쳐다보던 락씨가 손가락을 자기 오른쪽 귀에 대고 원을 천천히 그린다. 똑똑똑.

락씨가 살짝 인상을 쓰며 걸어 나와 자동문의 버튼을 눌렀다.

오늘 왜 그래?”

와인 한 잔만 주세요. 아니, 세 잔. 우리 한 잔씩 마시죠.”

나는 카페 쪽으로 눈짓을 하며 장에게도 와인을 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눈썹을 치켜든 락씨가 금세 표정을 누그러뜨리더니 입맛을 다신다.

어떻게 알았어? 안 그래도 손님 보내고 마시려고 했는데. 벌써 달리겠다는 거야?”

그 와인 있죠?” 나는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락씨는 창고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들고 왔다. 그가 아끼는 이탈리아 와인인 사시카이아였다.나는 와인 잔을 꺼냈다. 락씨는 천천히 와인을 따랐고 나는 사사로운 감정들이 사라지듯 규칙적으로 들리는 그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 둘은 말없이 잔을 스쳤다. 락씨가 말한다. “사랑을 위하여. 다 카포.” 나는 흐릿하게 미소를 짓는다.

장에게 와인 잔을 건네자, 그는 눈을 깜박거리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서비스입니다.” 나는 짧게 말했고,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없이 잔을 받았다. 아직 절반 이상 남겨진 스테이크 접시는 그대로 테이블 위에 두었다. 가끔은 남겨진 음식이라도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장은 와인을 마시며 다시 아까의 그 기억으로 돌아갔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그만의 시간으로.

  락씨는 내 방에서 쉬고 있었고, 나는 바에 앉아서 그리고 장은 소파에서 각자의 저녁을 보냈다.나는 이번 주 예약 상황을 확인했다. 낮에 락씨가 말한 주말 브런치에 대해서도 나름의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재료 준비도 그렇고, 홈페이지 수정도 필요하다. 당장 이번 주부터 시작하려면 여러 가지 고려할 것이 많다. 아니, 너무 성급할 필요는 없다. 연습장을 꺼내 홈페이지 팝업창으로 띄울 홍보 문구를 여러 개 만들어 보았다. 그러다가 나는 락씨의 깐깐하면서 즉흥적인 얼굴과 매큐의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얼굴을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락씨는 의외로 쉽게 그려졌다. 야비해 보이면서도 순진해 보이는 가녀린 턱 선을 그리자, 누가 봐도 락씨라고 지칭할 만한 얼굴이 나타났다. 매큐의 야무진 표정을 그리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렇게 어느덧 녀석의 사각 안경테를 그리고 있을 때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무심결에 고개를 드니, 어느새 다가온 장이 매큐와 락씨를 그린 내 연습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나는 의자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섰다. 장도 놀라며 순간 뒷걸음쳤다. 곤경에 빠진 듯 머뭇거리는 장에게 더듬거리며 내가 입을 열었다.

, 저기, 죄송합니다. 부르셨나요?”

장은 헛기침을 하며 잠시 목을 가다듬었다.

,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 와인도요.”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며 그가 말한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장은 다시 그 예의바르고 강건한 태도로 인사를 한 후, 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 계속될 것만 같은 무성 영화의 필름이 뚝 끊긴 것처럼 순식간에 멍하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흐른 것일까. 연습장을 치우고, 장이 사라진 카페 내부를 천천히 쳐다본다. 무기력하게도 모든 긴장은 사라져버렸다. 아무도 동전을 넣지 않아, 같은 노래만 반복하는 주크박스 같다. 락씨는 어느새 나와서 테이블의 접시를 치우고 있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엘미라 마디간을 잠재운다. 그리고 인터넷 라디오방송을 틀었다. DJ의 다정하면서도 두서없는 목소리가 간절하게 듣고 싶었다.

배 안고파?” 락씨가 피곤에 젖은 눈빛으로 내게 묻는다.

아뇨. 지금은 별루.”

술은?”

, 그것도 이젠 별루.”

여자는?”

?!”

  락씨는 다시 말이 없고, 나도 달리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뒷정리는 내가 하겠다며, 락씨를 집으로 먼저 보냈다. 어느 때보다 피곤해보였다. 서랍을 뒤져 찾아낸 대일밴드와 박카스 한 병을 손에 쥐어주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처음 마주한 토끼처럼 묘하게 나를 쳐다본다. “페를 넌 가끔 너무 감정이 넘쳐서 탈이야.”라며 혀를 찬다. 그런 그를 밀어내듯 문밖으로 내몬다. 오늘은 그렇게 한가득 우유 한 컵을 마신 것처럼 더부룩하다. 유익했지만, 버거운 그런 날.

  카페 바닥을 대강 청소하고, 소파를 제자리에 놓은 다음 카페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다. 조명은 바의 중앙 하나만 남기고 다 껐다. 카페 밖, 밤의 경치가 더욱더 도드라진다. 천천히 부엌으로 걸어가, 장이 남기고 간 접시와 와인 잔을 차례대로 씻었다. 그 밖의 것들은 이미 충분히 깔끔하게 락씨가 정리한 상태였다. 냉장고 옆에 놓인 등받이 없는 간이 의자를 끌어다 놓고 싱크대 앞에 앉았다. 갑자기 입안이 허전하다. 부엌을 나와 맞은편의 방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 밑에 숨겨둔 박스를 힘겹게 꺼냈다. 잘 봉인된 참나무통까지는아니지만, 꼼꼼하게 붙여진 박스의 테이프를 나는 조심스럽게 뜯었다. 락씨가 지극히 혐오하는 컵라면을 종류별로 모아둔 상자이다. 요리사 때문에 라면도 몰래 먹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나 할까. 매운맛으로 하나를 골라 부엌으로 가져갔다. 전기포트에 물을 붓고 스위치를 올리고 나니, 갑자기 나무젓가락의 행방이 궁금하다. 창고에 있었나. 지이잉. 지이잉. 냅킨위에 두었던 핸드폰이 묵직한 소리를 낸다. 번호를 보니, 락씨다.   응? 락씨가!

, 저에요.”

놀라는 척이라도 해주려 했지만, 사실 조금 뜨끔하다.

뭐해?” 시큰둥한 락씨의 말투.

저기···, ··· 사실은, 라면 먹으려고요.” 나는 체념하듯  순순히 말하고만다.

?”

제 몸이 나트륨을 원하나보죠, .”

이 시간에? 내일 얼굴 장난 아니겠다.”

“......”

근데, 지금 운전하는 중 아니에요?” 집에 도착하기는 이른 시간인데.

잠깐 세웠어. 편의점 앞이야. 캔 커피 하나 샀어.”

네에. 그나저나 오늘 수고 하셨어요.”

그래. 그런데, 맛있어?”

닐걸요. 비 맞은 사과 맛이 나요.”

“...... .”

실은 아직 먹지도 않았어요.”

그리고서 곧이어 나는 황급히 이렇게 소리쳤다.

저기! 혹시 나무젓가락 어디 있는지 아세요?”

? 젓가락? , 아마도 싱크대 맨 아래쪽 서랍에 한 개쯤은 있을 거야.”

, 네에. 그럼, 조심히 가세요.”

. 내일 봐.”

  이런, 락씨가 내게 전화를 다 걸다니.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왜 전화했는지의 용건도 묻지 않고 그렇게 라면과 젓가락 얘기만 한 것이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맘 편하게 라면을 즐겼다고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을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라면은 너무 매워서 물을 두 컵이나 마셔야했고 나무젓가락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았다. 더구나 김치가 다 떨어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서 맵고도 밋밋한 컵라면은 한없이 위를 자극했다. 면만 간신히 먹고, 국물은 모두 싱크대에 부어버렸다. 인스턴트 음식이 이렇게나 빨리 미각을 자극하고, 그만큼 부리나케 감퇴시키는 것이었는지 몰랐다. 얼얼한 혀는 기네스 한 캔으로 겨우 달랬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날 밤, 나는 방안을 한참 서성이다가 침대에 누웠다. 벽의 작은 창으로 보이는 반달이 보름달처럼 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치 못했던 많은 감정들이 방안의 공기보다 훨씬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올려다본 천장은 이상하리만큼 납작한 모양이었다. 털 뭉치처럼 가느다랗고 뒤죽박죽으로 뒤엉킨 밤. 유유히 지나가는 어둠의 가벼운 울림을 느끼며 겨우 이른 새벽에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음날 기억해낸 꿈에서 나는 우동으로 변신한 락씨와 같은 그릇에 올려 있는 젓가락으로 나왔다. 우동이 된 락씨는 생각보다 불어 있었고, 계속해서 버둥거리는 바람에 그릇 밖으로 한두 가닥 삐져나오기까지 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손님이 결국은 신경질적으로 나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만다. 맥락은 충분히 있지만, 뭔가 알쏭달쏭했다. 락씨의 인간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락씨는 왜 전화를 했을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