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Coffee Story Travel Books Foods etc. One act Contact
Photo
Revel in kindlingMild island breezes, KonaTuesdays with Morrie
I count on Youlook downBlack or black, To be,or not to be
You look Lovely and  a little pale..Yogurt Muffins18.
Mini
there
 미술관에 다녀왔다.바로 직전의 방문이 미술관의 시간대별 인원 제한으로 예약이 필수였던 점을 기억하며,꽤 오랜만인 것을 깨닫는다.아주 당연한 일이지만, 층고가 높은 미술관의 탁 트인 공간에서나는 좀 더 큰 자유를 느낀다.선을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고 싶은 내 성향이려나. 미디어 아트의 한 부분을 감격의 마음으로 지켜본다.위로...

Calendar
2026.4.4
S M T W T F S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  
Visitors
free counters
story

07.
2009/10/18

beyondcafe

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곤히 잠든 강은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제니는 별다른 말없이 스무디를 마저 마셨다. 밖은 한낮의 뜨거움이 절정을 이루어, 강렬하고 매섭게 환하다. “지금 나가면, 저 타 죽겠어요.” 제니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를 향해 씽긋 웃는다. 아까의 그 침울한 표정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그런 제니가 너무 예뻐 보여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천천히 음악을 들었고, 기네스를 마시는 나를 보며 맥주를 커피처럼 마시는 카페 주인은 처음이라며 핀잔을 주었다. 나는 그런 제니에게 실은 이게 커피라며 응수를 했다. 제니는 더 환해진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마지막 cry me a river가 끝나갈 때 쯤, 제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늘색 젤리 같은 손목시계를 쳐다본 후 지금이 오후 5시가 맞느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렇다고 했고, 제니는 고개를 살짝 숙인 후 아이들이 도움닫기를 하듯 바닥에 다리를 툭 하고 디딘 후 일어섰다. 아쉬움은 그렇게도 표현되는 것인가 보다.

“가야겠죠. 저기요, 망고 스무디는 여기가 최고인 것 같아요 .”

제니가 경쾌히 말했다. 그녀의 칭찬에 으쓱해진 나는 건너편 락씨의 서점을 흘깃 쳐다봤지만, 락씨는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제니를 배웅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멋진 단발머리가 강처럼 물결치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바라본다. 망고 스무디를 마시며 아름다운 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제니를. 언젠쯤.. 나는 그녀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제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나직이 말해본다. 나 역시 아무것도 잊지 않았으면..이라고 덧붙인다. 한여름, 장밋빛 같은 황혼이 천천히 밀려들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락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불쑥 카페에 들어섰다. 나는 부엌에서 만든 스크램블 에그와 간단히 곁들인 토스트를 막 접시에 담아 바에 가져오는 참이었다. 10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고, 락씨는 조금 긴장되어 보였다.

“뭐 좀 보여? 매큐에게 뭔가 느낌이 혹시 없어?” 락씨는 바의 선반에 팔을 두르고 턱을 괴며 조금 큰 소리로 물었다. 뜬금없는 그 질문은 아침인사인가. 나는 밤새 치즈케이크와 사투를 벌이는 지긋지긋한 꿈에 시달려서 정신이 몽롱했다. 차분하게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식사를 즐길 여유쯤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락씨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굿모닝! 매큐가 왜요?” 나는 되도록 덤덤하게 대답했다. 첫인상에만 페를의 가면이 작동하는 것을 또 잊어버렸나보다. 한입 베어서 먹은 토스트의 맛이 심심했다. 설탕 뿌리는 걸 깜박 했나보다. 거기다가 커피도 아직 안 내리고! 로스팅 된 원두를 통에서 꺼내어 그라인더에 넣고 갈았다. 원산지가 파나마인 원두인데, 카페 시작부터 단골인 원두가게 사장님이 추천해 주시더니 한통을 그냥 선물이라고 주신 것이다.

카페에서 원래 사용하는 커피는   ‘Love wins'라는 것인데, 사장님이 두 가지 아라비카원두를 섞어서 블렌드한 것으로 맛과 향이 독특하다. 우리 가게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시는데, 글쎄..믿음을 가져야겠지. 언젠가는 내 손으로  직접 로스팅하는 날이 오리라. 아직까지는 기술 부족이니 사랑이 이기는 날까지 신세를 질 수밖에. 락씨는 그저 내 뒷모습만 쳐다보고 있다. 내 질문에 대답도 없이 그저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 천천히 퍼지는 감미로운 원두의 향에 정신이 점점 맑아지는 것 같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만들어 뜨거운 물이 조금 덜 들어간 잔을 락씨에게 건넸다. 락씨가 왠지 조용하다.

“매큐가 오늘 서점에 안 나왔어”

“왜요? 오늘 쉬는 날도 아니잖아요.”

“오늘 월차야.”

“에? 무슨 아르바이트가 월차가 있어?” 내가 물었다.

락씨의 말로는 매큐가 갑자기 시무룩하고, 자주 책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해서 그냥 하루 쉬고 오라고 했단다. 그것을 월차로 표현하는 락씨나, 그렇다고 안 나오는 매큐나 정말 요란스러운 팀이다.

“월차를 줬으면 당연히 서점에 안 나오는 건데, 뭘 그렇게 걱정을 해요?”

월차 준 것이 아까워서 그러나 싶은 마음에 핀잔을 좀 주려고 했다.

“그냥 오히려 그런 기분에 혼자 있으면 안 되는데, 오늘 뭐하고 있나 싶어서 말이야”

오호라. 매큐에 대한 락씨의 애정이 묻어나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고용주의 애정이란 이렇게 살뜰해야 하는 것이리라.

“그럼, 전화 해보세요.”

간단한 것을 너무 어렵게 또 접근하는 락씨에게 핸드폰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번호를 모르겠어.”

“.....”

“일한지가 지금 얼마나 되었는데 번호도 모르고! 제 번호는 아세요?”

“몰라”

생각해보니, 락씨가 내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 적이 없다. 나 역시 늘 그렇듯 길만 건너면 서점이고 필요하다 싶으면 어느새 카페 안으로 성큼 들어오는 존재이니 굳이 전화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최소한 번호는 알고 있다. 너무하다. 매큐의 번호는 나도 아는데 말이다.

“그럼 제가 전화해요?”

“응.”

이것이었다. 나보고 뭔가 보이냐고 물어본 것은 매큐의 번호를 말한 것이다! 나는 식어가는 아침식사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매큐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파악이 안 되는 종류의 음악이 흘러나오더니 곧 매큐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늘 올바른 매큐의 목소리.

“응, 나야. 락씨가 오늘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데.”

“아. 네…근데, 저‥지금 일어났는데요.”

“맞다. 아 참. 지금 아침이지. 그럼, 오늘 뭐 할 거야?”

“그냥 모‥글쎄요.”

“그럼 이따가 카페로 나와. 1시까지.”

“네? 아, 네….”

명쾌하고 말끔하게 마무리된 대화였다. 매큐가 오늘 카페에 와 있으면 모두가 평온할 것이다. 락씨는 조금 뜨악하게 나를 쳐다본다.

“지금 일어났요. 이따가 카페로 오기로 했어요. 됐죠?”

“페를! 넌 참‥, 뭐 하려고 여기로 부르냐?”

“글쎄요, 화장실 청소 좀 시키죠 뭐.”

“매큐는 우리 서점 알바야. 근데 왜 네가 일을 시켜?”

락씨가 화를 내려고 하니 갑자기 고소해진다. 이참에 더 화를 거품일 듯 해볼까.

“이제 치즈케이크는 그만 먹을래요.”

“무슨 소리야? 지금 매큐 얘기 하는데.”

“그러니까 치즈케이크 말구, 다른 케이크 만들어 주세요.” 나는 더욱 확고하게 이어 나간다.

“참나…치즈케이크 때문에 이러는 거야?”

당황한 락씨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껌뻑인다.

“초코 브라우니, 티라미수, 초콜릿 무스, 피칸 파이, 고구마 케이크! 등등등! 많잖아요.”

“하나만 골라”

“네?”

“하나만 골라. 일주일에 하나씩만 하자. 혼자 먹으면서 뭔 까탈이야?”

“손님들도 가끔 먹어요.” 순간 풀이 죽은 내가 답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카페 케이크도 바꿀 겸, 이따가 카페의 앞날에 대해서 얘기 좀 더 해보자. 매큐랑 같이.”

  매번 이런 식이다. 락씨와의 대화에서 기승전결은 늘 이렇게 진행된다. 매큐에 대한 걱정이 카페의 초대로 이어지고, 치즈케이크에 대한 불만이 카페를 위한 논의로 마무리되는 뭐 이런 도레미파솔라시도와 같은 흐름.

“저녁에 손님 있지?”

“네, 7시에 오기로 했어요.”

“좋아. 그럼 4시까지 의논하자. 나도 오늘 월차야. 서점도 월차! 뭐 먹을까?”

어느새 생기를 얻은 락씨의 기분이 막 상승하는 중이다. 느낌이 온다.

“점심이요?”

“그래, 저 요상한 아침식사는 그냥 키핑해. 우리 셋이 같이 브런치 먹자.”

“오후 1시에 무슨.”

“가만 가만, 간만에 우리끼리 아름다운 브런치라……. 내가 알아서 준비한다!”

“서점은 그럼 문 닫아요?”

락씨의 스프링같이 튀어 오르는 지금의 기분은 알겠지만, 뜬금없이 문을 닫아버리면 그나마 찾아오는 손님이 꽤나 난처할 것 같았다.

“요 앞의 카페에서 브런치 먹으며,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것임을 알려야지. 급하시면 찾아오시라고 메모를 남기면 되는 거야. 뭐 그게 어려운가.”

“무슨 소꿉장난도 아니고, 우리의 미래는 또 뭐예요?”

락씨와 다르게 의구심만 가득한 나는 퉁명스럽게 묻는다.

“페를, 너랑 나와의 미래이지 당연히. 이 카페와 서점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야. 아! 매큐도 포함하자. 우리가 효율적으로 작동이 잘 되어야 우리 사업도 삐걱거림이 없단 말이지.”

정신없는 아침을 선사한 락씨는 그렇게 대화를 혼자 또 마무리하고 휑하니 나가버린다. 카페로 매큐를 초대한 건 잘한 일이지만, 서점까지 닫고서 뭔가를 논의하겠다고 벼루고 있는 락씨를 상대하자니 긴장감이 최고조다.

아. 그냥 치즈케이크를 사랑하면 되었을 것을 내가. 윽.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