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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렇게 가버린 락씨를 뒤로하고, 나도 내 나름대로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간단히 내부 청소를 하고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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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2009/11/07

  

beyondcafe

 

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락씨는 케이터링 직원 같은 몸놀림으로 카페 안으로 투명한 흰 케이스를 양손에 각각 하나씩 들고 들어왔다. 손잡이가 달린 투명한 찬합 모양이었는데, 4단으로 안에 각각 음식이 담긴 접시가 들어 있었다. 나는 테이블위에 준비했던 일본제 접시들을 하나씩 다시 포개었다.

“뭐야. 꼭 음식 시켜먹는 것 같잖아요. 그냥 여기서 하라니까. 내가 접시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락씨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매큐에게 고개 짓으로 한번 까닥 하더니 원목 테이블 위에 케이스를 올려놓았다.

“매큐! 너 언제 왔어? 야, 나 오늘 무지 바빴던 것 아냐?”

“네에, 근데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월차도 좀 그렇지만 서점도 닫으시고, 음식은 또 뭐예요. 이래도 되는 거예요?”

“저기 저, 카페 사장한테 물어봐. 이래도 되는 건지.” 락씨는 날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손가락으로 휙 나를 가리킨다. 애매하게 웃으며 이마를 긁적이는 매큐를 향해 내가 눈을 찡긋했다.

“그나저나 손은 왜 그래요?”

아침에는 보이지 않던 대일밴드가 락씨의 왼손 검지에 둘러져 있었다.

“이거? 아까 소스 팬에 조금 데었어. 이거 괜찮겠지? 요리하다 손을 다 다치고 말이야, 술 좀 마셔줘야겠어. 요새 너무 금욕적으로 지냈더니 정신이 슬슬 딜레마야.”

매큐는 눈썹을 위로 올리며 곰곰이 락씨의 말을 생각하는 눈치였고, 나는 어련하시겠냐는 동조의 눈빛으로 상처 입은 락씨를 위로해주었다. 케이스안의 접시들이 하나 둘씩 원목 테이블 위해 놓여지고, 매큐는 락씨가 미처 들고 들어오지 못한 바구니를 차의 조수석에서 가지고 들어왔다. 그사이 락씨는 조수석 아래 바닥에 있던 자그마한 아이스박스를 부엌으로 가져갔다. 매큐가 들고 온 바구니에는 화이트 와인 한 병과 흰 냅킨 세 장 들어 있다. 나는 바구니에 있던 와인과 냅킨을 꺼냈다. 원목 테이블 위에 냅킨을 깔고 한쪽에 와인을 두었다. 나이프와 포크를 가지런히 냅킨위에 놓으니 어느 호텔 레스토랑도 부럽지 않을 광경이었다. 락씨는 벌써 와인 잔 세 개와 오프너를 들고 오고 있다. 매큐는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한쪽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하다는 저 표정.

“이젠 앉자. 우리.”

락씨의 ‘우리’라는 표현에 가슴 뭉클해질 정도는 아니지만, 락씨가 만든 6개의 접시들이 램프의 지니가 순식간에 데이블로 옮겨다 놓은 것 같아서 그저 감탄의 탄식만 나올 뿐이었다. 누가 램프를 문질렀는지는 차차 생각해봐야겠지만. 락씨는 유리창 쪽으로 혼자 앉고, 나와 매큐는 맞은편 나무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고 보니, 락씨의 자리가 무슨 상석 같기도 하다.

“정말 이걸 다 언제 만드셨어요? 대단한걸요. 이제는 정식으로 쉐프라고 불러야하는 거죠. 세상에나.”

매큐가 눈을 크게 뜨며 락씨에게 말했다.

“혹시 집에 우리가 모르는 우렁 각시라도 키우세요? 혼자 이걸 언제 다 하셨어요.”

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법석은. 음식 식어. 이제 좀 먹자. 페를, 와인 좀.”

   와인은 모스카토였다. 이탈리안 화이트 와인인데, 맛도 맛이지만 향이 무척이나 좋다. 특별한 격식 없이도 화려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것이 이 와인의 특징이다. 락씨의 센스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얼음물에 담가두었는지 알맞게 차가워진 와인이 와인 잔을 가볍게 흔드는 소리가 싱그럽게 카페 안을 맴돈다. 자몽주스는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난 그만. 매큐는 가득 따라주고.” 락씨가 손으로 와인 잔을 덮는다.

매큐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미소만 짓고 있다. 테이블 위의 6개의 접시와 3개의 냅킨 그리고 3개의 와인 잔이 마침내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우리들까지. 이제, 브런치란 것의 시작.

“뷔페로 맛을 봐야 하니까 개인 접시가 필요하겠는걸, 그건 미처 생각 못했네. 페를, 아까 그 접시 좀 다시 가져와줘.”

“네, 잠깐요.”

나는 아까 치워두었던 일본 접시를 선반에서 꺼내 각각의 자리에 놓았다. 매큐는 벌써 와인 잔을 비웠는지 락씨가 다시 채워주고 있다.

“와인이라도 취하기는 할 텐데. 원래 브런치에 와인도 마시는 건가?”

“우리 맘이지. 안 그래, 매큐?”

“네, 그럼요. 우리 맘이죠.”

갑자기 대범해진 매큐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어본다.

“근데, 사장님. 오늘 무슨 날인가요?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흐음. 그러니까 오늘의 안건은.”

“안건이요?” 내가 물었다.

“그럼, 안건이지. 오늘 우리는 이렇게 모여서 몇 가지를 의논해야해. 우선은 내가 만든 이 브런치를 맛보면서 앞으로 우리 카페의 메뉴로 적당할지의 문제를 결정해야하고, 그 다음으로는 페를이 지겨워하는 치즈 케이크를 대신할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아....뭐였지? 응, 매큐와 함께하는 월차와 회식이지.”

“회식이요?” 매큐가 물었다.

“응. 이게 우리들의 회식이야. 다음 회식은 밤에 하자. 노래방은 안 가니까 걱정 하지 말고.”

“자자 이제 좀 먹어 봅시다. 우린 잘 모르니까 음식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시길.”

조금 다급해진 내가 락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리지르듯 말했다. 음식이 식고 있었다. 이건 옳지 않은 생각이다. 안건은 그렇다 치고, 저 아름다운 음식들이 무슨 죄인가.

“그래, 더 얘기했다가는 페를의 저주가 내리겠군. 자 맨 왼쪽의 이거는 아루굴라 치즈 샐러드고, 그 옆에는 포카치아와 구운 야채. 옆에 작은 소스 그릇에는 올르브 오일과 살사 소스가 담겨 있으니까 취향에 맞게 함께 먹으라고. 페를 네 앞에 있는 것은 시금치 프라타타야. 한번 먹어보고 어떤지 알려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이니까. 그리고 그 옆이 에그베네딕트, 내 앞에 이것은 브런치의 대표 메뉴인 프렌치 토스트. 이 옆에 있는 이 귀여운 카나페는 세 가지 맛의 미니 팬케이크니까. 각각 음미하면서 먹으면 좋아. 사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니까 그냥 편안하게 먹고 얘기나 해줘.”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