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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참 이상하게도, '다다익선'처럼 깔끔한 개념을 뛰어넘기도 한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뉘앙스가 Good bye.. じゃ.また.. 와는 완벽하게 같지 않다는 말이다. 그걸 점점 깨닫게 된다. 아직은 그저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익힌 정도이지만 그렇게 동그란 곡선으로 글씨를 쓰고 '어' 발음도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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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house
2022/11/04

서른이 코앞이던 시절, 나는 당시에 크게 혼란스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벌써 회사를 두번이나 옮겼고, 옮긴 회사에서도 혼자서 잠시 생각할 곳을 찾아
짧은 휴식 시간 혹은 점심 시간에 이리 저리 조용한 공간을 찾아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좀 넓고 조용한 곳에서만 내가 처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이곳에서 어떻게 더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었다.
아니 고민할 수 있다고 믿었다.
유일하게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지시
체계 없이 바뀌는 내부 규칙
정신없는 인사이동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가장 불안하게 움직이는 내 눈빛
잦은 실수
외면
......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내내 나는 하루를 생각하고 곱씹고 또
자잘하게 나눠지는 생각의 파편이 먼지처럼 날아가지 않도록
힘겹게 붙잡고 있었다.

11월 말이었던가.

역에서 한 블록 정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골목의 끝자락에서
나는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고개를 좀 더 들어 왼쪽 건물의 3층 창가를 바라보았다.

좀 더 다가가 보니,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아직 이를 수도 있었을 그때
따뜻한 빛의 조명 아래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는 너무나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그날부터 매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트리를 보기위해 골목 초입부터
고개를 들었다.
멍하니 바닥을 주시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어느 날은 불이 꺼져 있기도 했고,
어느 날은 애석하게 커튼에 가려 트리가 잘 보이지 않기도 했지만
대체로 거의 매일 나는 퇴근 때 트리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 트리를 11월에 다시 볼 때까지
나는 회사를 다니다 곧 그만두었다.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고, 
여러 사람이 있었고,
시간과 공간 그 사이사이의 심연과도 같은 어둠을 지나간 
내가 있었다.

지금도 나는 어느 주택이나 상가 위층에 불이 켜져 있는 창가를 보면
그때가 종종 생각난다.

누군가가 저녁을 먹거나, TV를 보거나
그냥 누워 있거나 
잠시 슬프거나
무력하거나
밀린 일을 하거나
내일을 준비하거나
빨래를 할 수도
설거지를 할 수도 있을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를 하거나
지쳤지만 뿌듯하게 하루를 마감하거나 시작할 수도 있을
우리 곁의 누군가를 지켜보는 것 같다.

왠지 안도감이 든다. 


그때 그 불빛은 내게 등대였을까.

어디로 사라지고 싶다고, 숨고 싶다고
혹은 이대로 멈추고 싶다고
외치는 나에게 빛나는 등대였을까......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등대가 되리라 마음 먹으며
내 작은 공간에 스탠드를 저녁마다 켜 놓는다.
올해는 소파가 아닌 창가 앞에 트리도 놓아야겠다.


영원한 어둠은 없다.

등대는 바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


오늘도 고개를 들어 한발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