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대보름의 달이여.
올해에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불 속에 숨어 있는 걸요?
돌리세요, 나뭇가지
사이에 숨은 꿩을 위해
돌리세요, 술래는 잠을 자고 있어요.
헛간 마른 짚 속에서
대보름의 달이여.
온 동네를 뒤지고도 또
어디까지?
아저씨는 불이 무섭지 않으셔요?
정월 대보름날, 나는 그저 잡곡밥과 나물에 맛있게 저녁을 먹고 TV속에 나오는 그림같은 보름달을 나무 하나 보듯, 돌맹이 하나 보듯, 그냥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바라보았다.
구름 같이 둥근 달, 이젠 토끼마저 보이지 않는 머나먼 곳의 달.
쥐불놀이는 어디에선가 고유한 민속놀이의 한 자락을 잡고 오랜만의 불장난으로 신나 있는 사람들의 몫.
땅콩을 까 먹고, 방바닥에 호두를 놓고 힘껏 껍질을 부수면서 중얼거린다. 옆에 얌전히 앉아 지켜보는 강아지의 눈이 반짝.
"내 더위 사갈래? 내 더위 사가!"
안 그래도 땀구멍이 없는 사랑이에게 더위나 팔고 있는 나는 참으로 애꿎은 사람.
나는 아직도 신성하게 봄을 맞이하고, 귀신을 몰아낼 만큼 봄을 힘껏 안아주는 어른이 되지 못하였구나.
불똥이 튀지 않을 만큼 연신 불씨가 담긴 깡통을 돌려댈 만큼 그 모든 상황이 신나는 아이도 될 수 없는 모양이구나.
소원도 빌지 않았네. 누군가 블로그에 올린 멋진 시에 감탄하며 정월대보름을 음미한다.
'올해에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사실, 늘 마음속으로는 빌고 있는 것이다. 보름달이 보이지 않아도, 단 한번 허락된 불놀이를 하지 않아도..언제나 마음속으로.
기형도 시인의 말처럼 왠지 그네들에게 묻고 싶다.
'아저씨는 불이 무섭지 않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