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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ge alone is eternal, perpetual, immortal. -Schopenhauer 쇼펜하우어 변화만이 영원하며 항구적이고 불멸의 것이다.   어느 '변화'에나, 나는 능동적이며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변화에서나 말이다. 그렇게 남들에게 보이고 싶었던 것인지..아니면 내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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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09/11/18

beyondcafe

 

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벌써 매튜는 손에 잔뜩 힘을 쥐어 포크를 잡고는 입맛을 다시고 있다. 자못 결연한 분위기다. 왼손에 나이프까지 들었다면 왠지 더 오싹했을지도. 우리는 락씨의 말을 계기로 서로 암묵적인 눈빛을 보내고서는, 신속하게 각자의 접시에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락씨는 느긋하게 포카치아 한 조각을 가져다가 한 귀퉁이를 조금 뜯어 오일에 적셨고, 매큐와 나는 알싸한 아루굴라 샐러드와 치즈가 주는 묘한 식감을 즐기는 것으로 브런치의 문을 열었다. 포카치아 접시에 담아 있는 구운 감자는 익숙한 허브 향으로 오묘한 맛을 냈으며, 이탈리아 빵이라는 포카치아는 그 담백한 느낌이 오랫동안 입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로즈마리향인데.’ 내가 웅얼거리듯 말했으나 아무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나 역시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된 음식을 맛보는 것이 이렇게나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훈훈해졌다. 가까운 사람이 만들어준 이런 작은 만찬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모두가 음식에 집중하던 가운데, 다행스럽게도 매큐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무성영화와도 같은 화면에 규칙적으로 음식을 씹는 소리만 아니, 움직임만 몇 십분 건조하게 이어졌을 것이다.

“이거요, 굉장히 쫄깃하고 맛있는데 뭐죠?”

매큐는 아루굴라 샐러드에 핑크빛으로 장식되어 있는 조그마한 떡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 그거 뇨끼 라고 하는 건데, 일종의 이탈리안 떡이지. 감자와 치즈를 밀가루에 섞어서 만든 거야. 내가 특별히 복분자액을 조금 넣어서 색을 내봤어. 은근히 샐러드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말이야. 어때? 맘에 와 닿았어?”

락씨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참았던 숨을 내쉬듯 말했다.

“그렇구나. 네에, 굉장히요. 이 언저리쯤인가.”

매큐가 손가락으로 가슴 아랫부분의 명치 끝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부분에서 심하게 뇨끼가 감동적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셋 다 키득키득 소리내어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가벼우면서도 가슴에 어떤 찌꺼기도 남지 않는 웃음은 너무나 오랜만인 것 같았다.

“전 이 시금치, 아까 뭐라고 하셨죠? 프레타? 이게 맘에 드는데요. 늘 먹던 달걀찜맛이 나는 것 같고, 묵직한 식감이 전혀 질리지 않는 오믈렛 같기도 하고, 속에 여러 재료들이 꽉차있는 빵 같기도 하구요. 이거 괜찮은데요? 괜찮아요, 정말. 여자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어, 그래요? 저도 한입.” 뇨끼에 한동안 집중하던 매큐가 팔을 뻗어 프리타타를 피자 썰듯이 큼직하게 썰어 갔다.

“역시, 페를은 취향이 그쪽하고 잘 연결된다니까. 맞아. 이게 이탈리안 오믈렛이야. 내가 자주 해먹는 것이기도 하고. 원래 둥근 팬에다가 만들어 바로 식탁에 내놓기도 하는데, 난 오늘 그냥 접시에 담아왔지. 괜찮다면 메뉴로 내놓을 때는 팬에 담긴 자체가 좋을 것 같아. 혼자 먹을 수도 있겠지만, 예를 들어 지금의 트렌드는 두 세 명의 여자들이 같이 모여 한가롭게 브런치를 즐기는 것이잖아. 그러니까 이 메뉴를 다른 것과함께 시켜서 서로 나눠먹으면, 재밌기도 하고 포만감도 느끼고 뭔가 어렵게 식사해야 하는 부담감도 없어지고 말이야. 어때 상상이 좀 가?”

물론, 상상 이상으로 그림이 그려지긴 했다. 브런치 라는 개념 자체가 획일적인 시간의 의미와 사회적인 통념을 거스르는, 하나의 문화적 컨셉으로 이미 한국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유를 가지고 방해받지 않으며 시간과 음식을 즐긴다는 점인데, 그런 미학적 추구와 요리의 이상적 배합에 지금의 여성들이 열광하지 않기란 꽤 힘든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같은 음식의 다른 버전쯤의 포장이라고 해도 ‘브런치’라고 명명하고 향유하는 의식은, 멀리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것이 되었다.   ‘휴식과 여유’의 21세기적 상징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나저나, 다른 것도 좀 맛봐라. 지독하게 한길만 파지 말고” 락씨가 살짝 나무라듯이 말했다.

“네, 근데요 이걸 메뉴로 한다면, 브런치 메뉴로 아예 만드신다는 건가요?”

내가 락씨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내내 궁금하던 차였다.

“응, 이제야 본론으로 넘어가는군. 물론 페를, 네가 주인이니까 최종결정은 내 몫이 아니지만, 카페 운영상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하다가는 적자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예약제도 좋지만, 하루에 한 명 정도인 날도 많잖아. 그러니까 예를 들어, 금.토.일이나 아니면 토.일.월 이렇게 정해진 요일에 오전 10시부터 2시까지는 브런치의 시간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생각이야. 예약 없이 오는 손님을 받아도 되고, 예약을 받아서 해도 좋고.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 오늘 해온 음식이 주 메뉴가 될 거야. 너무 격식을 차리지 않으면서도 평범하지 않게 구성해봤어. 서로 부담되지 않게 말이지. 적당한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하면 될꺼야. 대신에, 난 요리사가 나밖에 없으니까 되도록 예약제로 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음식을 어느 정도 준비해야 될지도 파악되고 미리 준비하기도 쉽고. 물론 서빙은 페를이 하겠지만 말이야. 맞지? 내가 너무 힘들면 또, 루씰의 공간을 위해 직원을 뽑을 수도 있겠지. 지금보다 훨씬 손님이 많아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서 말이야. 어때?”

“그럼 서점은요?”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매큐가 진지하게 물었다.

“서점에도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할거야.”

왠지 이게 더 중요한 안건처럼 들렸다. 적어도 매큐에게는 그럴 것이다.

“언제요?” 매큐와 내가 동시에 말했다.

락씨는 눈썹을 올리고는 우리 둘을 뜨악하게 쳐다보았다.

“지금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페를, 이보라구. 그러니까 브런치의 날을 만드는 문제는 좀 더 네가 생각해봐야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 서점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내가 이.렇.게. 강조하고 있잖아. 너만 하겠다면 그냥 진행이 된다는 얘기야, 나는. 오케이? 알아듣겠어?”

락씨는 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정말, 후우. 나는 애를 쓰고 있어, 페를. 나같이 이렇게 숭고한 정신의 요리사가 카페에 또 있다면 재미없을 정도라고.”

락씨는 두 손을 머리 뒤로 돌려 깍지를 끼고 천정을 바라보았다. 그림자를 째려보는 것보다 저런 포즈가 더 나를 긴장시킨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았다.

   솔직히 나는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져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얘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갑작스럽기는 하다. 기존의 견고한 줄에서 불쑥 하나가 끼어든다고 해서 줄이 그만큼만 늘어난다고 예상하는 것은 어리석은 계산이다. 열 가지 혹은, 백 가지 이상의 곁가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버릴 수가 있다. 그 방향이 종이든 횡이든 위아래든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네, 숭고까지는 아니지만 대견은 하네요.”

“어째 부드럽게 들리진 않는데.” 락씨가 아까의 그 자세 그대로 눈만 깜박이며 말했다.

“사장님, 그런데 우리 서점은 흑자인가요?”

이때 매큐가 조심스럽지만, 단도직입적인 말투로 물었다. 프렌치 토스트를 입에 한가득 물고서는 락씨의 턱을 응시하며 말이다. 나는 정말 매큐의 이 어수룩하면서도 깔끔한 질문법이 너무나도 맘에 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