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훨씬 더 깨끗해지고 단정해졌지만..그냥 서울역의 상징과도 같은 뽀족한 탑만 멀리서 보여도 눈썹이 찡그려진다. 왜일까.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너무 뭉근하게 강하기 때문이리라. 짙은 안개처럼 그렇게.
특히 고향에 내려가고 기약없이 서울로 올라오는 공허한 눈빛의 사람들과 그들이 지닌
낡은 가방과 한없이 조촐해 보이는 짐들이 내뿜는 나약함과 슬픔이 견딜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야간 열차에 올라, 또는 입석을 겨우 끊어 아픈 다리를 잠시 신문지에 보존하여 구부려 앉아,
덜컹거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옅은 잠이 들어 버린 그들의 민낯을 어릴 때 봤기 때문일지도.
그렇다. 기억이라는 것은 턱없이 부정적이고 단편적일수도 있기에. 위험한 것이리라.
TV에서 중국의 춘절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 할머니가 글을 읽지 못해 티켓을 사고도 버스를 놓쳐 급하게 '도와달라고' 이리 저리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역원은 겨우 이미 쓸모없어진 표를 수수료를 떼고 환불해 주었지만..문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
카메라는 묵묵히 할머니를 뒤쫓고..할머니는 멍하니 계단에 앉아 불안하게 두리번 거리며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몸을 떨고 계신다. 밤이 깊어지고, 어느 사람이 드디어 할머니를 이끌고 다시 터미널로 들어선다. '할머니 제가 도와드릴께요!'
그 사람은 할머니가 원하는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곳의 표를 사고, 부족한 돈을 자신의 돈으로 메꾼다. 도움을 받은 할머니는 고맙다고 연신 말하면서도 '이 돈 드릴께요. 이유없이 돈으로 신세를 지어서는 안 되는 거에요.'라고 말한다. '아닙니다. 괜찮아요. 넣어두세요.'
할머니는 드디어 버스에 올라타고. 그 사람은 홀연히 자신의 길을 간다. 밤은 한창 깊어졌다. 할머니는 자리에 앉자..처음으로 웃는다.
터미널에서 밤을 지새우지 않고, 고향으로 가게 되어서 기쁘다고 발그레진 두 볼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그 사람에게 카메라가 묻는다. 왜 도움을 주었냐고.
'춘절이잖아요. 모르는 사람이지만, 도와드려야죠. 고향에서 가족과 지내야죠.'
나는 아마도..그들의 겉모습에 가려진 그 숨은 열망.
가족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자식을 만나고..꿈을 이루고..못갚은 일을 끝내려고..친구의 어려움을 도와주려고 길을 재촉하는 그 마음을 잠시 잊고 있어나보다.
아니, 그 모든 것들에 내 가족의 얼굴이 서려 있어..가슴이 아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른척하고 싶은 것인지도..
시간은 유한하고, 우리의 여정도 끝은 있다.
터미널..기차역은 아마 그 정해진 제약에서 최대한 우리 모두를 연결해주려 노력하는 가장 위대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연휴가 끝났지만. 어디 그게 끝일까.
여전히 가슴에는 가족이 있고, 함께 하고픈 마음은 무한하기만 하다.
I want to spend quality time with my fam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