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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많이 읽는 것보다는 어떤 책을 읽는가가 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책의 질을 가늠하지 않고 그저 '읽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무가치한가를 나 역시 알고 있기때문이다.'상호텍스트적' 읽기를 습관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본으로 다져진 배경지식이 단단해야만 가능하다. 결국 목적과 동기가 있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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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2009/09/18

Beyondcafe

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충분히 아름다운 샌드위치의 시간들

 

  매큐는 신학 대학을 다니는 휴학생이었다. 역시 독특한 것이 신학을 전공하기에 너무나도 알맞은 차림이었다는 점이다. 온몸으로 자신의 전공을 표현하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그 안경까지. 근데, 나는 좀 다른 시각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자꾸 매니큐어가 떠올랐던 것이다. 더구나 매니큐어의 색깔별, 브랜드별 목록을 작성하며 택배상자와 매니큐어 선반이라는 것을 정리하는 모습이 연상되어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왔다. 매니큐어를 수집하는 신학 대학 휴학생이라. 나는 매큐가 간단한 질문을 받고 성실하게 대답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후, 어쩌면 종교적 소신과 자신의 페티시즘적 소신을 적절하게 유지하며 살아가는 저 아이는 대단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무엇이든 꼼꼼하고 진중하게 임할 것 같아 보였다.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근사한 아이처럼 보였다. 성경책과 매니큐어의 조합은 정말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락씨의 미술서점과 딱 들어맞았다. 매큐가 면접을 마치고 돌아간 후, 나는 매큐에 대한 내 느낌을 락씨에게 정직하게 얘기해줬고 늘 진지한 락씨는 별 고민 없이 한쪽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그럼 그 아이는 이제부터 매큐라고 불러야겠네. 전화 좀 해줘. 내일부터 나오라고.” 나는 바로 전화했고, 다음날 매큐는 깔끔한 와이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출근했다. 자신이 매큐라 불리는 이유는 락씨의 별스러운 취미인 ‘이름 붙이기’놀이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다만 ‘매튜’ 라는 미국식 이름의 발음과 혼동해서 자신이 매큐가 된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척 안타까웠다.

락씨가 그렇게 정식으로 우리 카페의 요리사가 된 후, 나는 카페 홈페이지의 내용을 조금 수정했다. 카페에서 혼자 음악과 차를 즐기면서 식사도 할 수 있다는 점은 그대로 했다. 카페의 시간과 공간을 혼자 누릴 수 있다는 컨셉은 변함이 없었다. 대신, 메뉴는 정해져야 했는데 락씨의 의견은 달랐다. 무엇이든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락씨는 자신이 무슨 요리든 다 할 수 있다고 했다. 락씨가 가능하다면, 가능한 것이었다. 손님이 예약한 음료와 식사가 무엇이든 간에 원활하게 준비되는 것이 우리 카페의 특별함이라는 것이다. 의외로 락씨가 카페 일에 열의를 보여서 꽤 놀라웠다. 이건 요리사로서의 욕심이리라. 암튼 지금껏 락씨가 예약 손님의 주문을 거절한 것은 딱 두 번이었다.

처음은 어느 중년의 아저씨가 ‘엄마표 부침개’를 부탁한 일로 시작된다. 락씨는 예약내용을 확인하더니, 그런 식은 곤란하다고 했다. ‘부침개’는 가능하지만 엄마표 부침개는 아저씨 엄마만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었지만 뭔가 이상했다. 나는 손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냥 부침개는 가능하므로 오시면 최대한 맛있게 만들어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아저씨는 말 그대로 광분했다. 손님이 왕인데, 끝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해야 옳다며, 자신과 장난하고 싶은 것이냐는 등의 거친 표현들의 향연으로 메일은 불타고 있었다. 나는 그 메일을 락씨에게 보일 용기가 나질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아저씨께 메일을 보냈다. 엄마표 부침개를 요리사가 설사 만든다고 해도, 만약 그 맛과 향이 틀리면 괜히 아저씨의 소중한 시간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카페의 주인으로서 매우 우려스럽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구구절절했다. 답장은 없었고, 예약은 취소되었다. 나는 내 심장박동수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두 번째는 어느 젊은 엄마였다. 아이를 위한 이유식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요지는, 자신이 산후우울증으로 자기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긴 후 몇 시간 동안 카페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은데, 집에 돌아갈 때는 아기에게 미안하니까 이유식을 포장해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락씨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이런 식은 또 곤란하다고 했다. 내가 더 곤란할 지경이었다. 나는 메일을 바로 보냈다. 카페에는 포장서비스를 하지 않으며, 더구나 이유식을 만들 수 있는 요리사는 없다고 했다. 굉장히 찜찜한 변명이었다. 젊은 엄마는 끈질겼다. 이유식을 담을 용기를 직접 가져오겠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자신이 몇 가지 레시피를 줄 테니, 그 중 한가지로 이유식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었다.

락씨는 젊은 엄마가 왠지 카페로 올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나 역시 예감이 좋질 않았다. 결국 락씨는 그 예약 날짜에 하루 그냥 카페 문을 닫고 놀러가자는 제안까지 했다. 반대하고 싶진 않았지만, 락씨와 단둘이 어딜 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도대체 어딜 가자는 것인지. 나는 그 젊은 엄마에게 이유식을 포장해서 파는 근처 가게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카페를 나와 집으로 돌아갈 때 잠깐 들리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을 이해할 줄 알았는데 무척 실망했다며 젊은 엄마는 마침내 예약을 취소했다. 왜 그녀를 이해못한다고 생각했는지 의문이었다. 어쨌든, 나는 그것보다 락씨와 단둘이 어딜 가야할 일이 없어져서 다행스러웠다. 그게 좀 그런 것이다. 락씨와 내 사이라는 것이.

한번은 그런 락씨에게 왜 서점 이름이 ‘락··樂· rock’ 인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락씨는 그의 가치관을 이유로 들었다.

“인생은 아름답고 즐겁게 살아가도록 되어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행복, 슬픔, 그리고 아름다운 맛까지 모두 존중되어야 마땅하지.”

락씨는 진지했다. 그렇다면, 아름다울 ‘美’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내가 말했다.

“즐겁지 않은 아름다움은 시든 꽃 같아. 그럼 너무 희미하잖아.”

나직하면서 확고한 음성으로 락씨는 대답했다. 락씨에게는 즐거움이 아름다움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아름다움’ 과는 조금 거리가 멀며,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 무표정의 남자가 가진 가치관이라고 하기엔 너무 로맨틱한 것이 문제였다. 'rock'은 왜 붙였냐고 하니까 동음이의어란다. 귀찮아서 대꾸도 안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