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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난한 이웃의 시로코 -My mild neighbor, Sirocco       written by Beyondcafe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게 궁금할 정도로.. 매큐가 서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나는 생각해.” 갑자기 락씨는 목뒤로 둘렀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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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coffee
2009/09/08

    

 

prologue

 

  대학에 입학하기 전, 내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바로 다방이었다. 왜 꼭 다방이었냐고 묻는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 단지 그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 누군가의 제재를 받을 필요 없는 엄연한 성인으로서  내 자신이 거듭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정말 그것은 막연하지만, 그 만큼  강렬한 것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이나 흐른 뒤에 회사일로 어쩔 수 없이 어느 허름한 다방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 소원(?)을 풀게 된다. 사실  그건 어떤 열망과도 관계없는 일상의 일로 끝나고 말았다. 나는 더   이상 어른이 되고 싶어 할 어떤 이유도 없었고, 그런 것을 기대하기에는   이미 너무 커버린 상태였다. 다방 안은 몹시 미지근한 열기로 가득했고, 손님은 나와 내 동료밖에 없었다. 다방의 여주인은 우리의 출현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주위에 그곳 말고는 시간을 보낼만한 곳이 없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 다방의 메뉴는 화려했지만, 집에서 커피믹스를 타먹는 수준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고 오히려 그보다 더 최악이었다. 더욱 재미없었던 것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그곳이 바깥보다 더 후덥지근했고, 우리 앞에서 돌아가는 선풍기의 날개에는 다방의 연륜을 가늠케 하는 온갖 먼지들로 뒤범벅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알 수없이 어지러운 인테리어와 때 묻은 소파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결국 내 오랜 숙원을 그렇게나마 해결한 셈이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왜 이런 곳에 오고 싶어 했을까 의아했지만...

 그건 내 젊은 날, 스무 살이 되기 전의 까닭 없는 들뜸과도 같은 종류였기에 그런 질문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다방’이었고 아쉽게도, 너무 늦게 그곳을 갔다는 점이다. 신입생 때, 바로 그때에 다방을 가봤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누구나 커피와 관련된 추억이 이렇게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추억의 첫 페이지는 공교롭게도 다방과 연결되지만, 누구는 카페에서의 첫 아르바이트를 생각해 낼 것이고 어느 누구는 카페에서의 잊지 못할 데이트를 떠올릴지 모른다. 내 친구처럼 커피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아 외국의 어느 카페에서 속상했던 일이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커피는 이렇게 유형의 작은 원두에서 시작하여 무형의 추억과 감정들과 이미지들로 번져나가는, 세계에서 가장 희한한 결정체이다. 그렇다. 나는 커피를 결정체라고   부른다. 언제나 그렇듯,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주요하게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수정과도 같기 때문이다.

    문화라고 말하면 그 범주가 너무 크게 느껴지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이미 문화의 범주의 기본이 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작고 작은 범주 안에서도 커피, coffee는 너무 익숙한 ‘소재’가 되기도 하고 흔해빠진 ‘인스턴트’가 되기도 한다. 쉽게 살 수 있는 원두봉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계의 무역이 보이고, 저 너머 태평양이 느껴지기도 하며 우리가   열광하는 브랜드와 색의 이치를 가늠해볼 수 도 있다.

그뿐일까. 그 조그마한 원두 알갱이로 나는 커피를 내리고 향을 느끼며, 누군가에게 작은 쉼을 줄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기도 한다. 누가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주겠다고 하는 말만큼 반가운 것이 있을까. Coffee break를 거부할 자는 없을 것이다. 숫자와 통계를 내놓지 않더라도, 커피의 영향력은 거대하고 그에 따라 버금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도 방대하다. 나는 매일 커피를 마시면서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감각적인가를 느낀다. 카드 점을 보는 것처럼 커피 잔을 들여다보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매번 새로운 기분으로 커피를 마신다는 얘기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다방의 출입을 고대하는 어린애는 아니지만,... 

어딘가 숨어있을 꽤 기가 막힌 카페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미가 당긴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카페가 있고, 수없이 많은 영혼들이 이에 위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과연, 어디에서 그 위안을 찾을 것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게 바로 커피라는 결정체가 안겨주는 기쁨 중의 하나이다.